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사후(死後)에 심장이나 간과 같은 장기는 잘 보관하였지만 뇌는 버렸다고 한다. 이렇듯 고대 사람들은 인간의 뇌를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17세기에 들어서부터 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로써 신경과학이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 뇌과학 연구(Neuroscience Research)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기능신경영상학, 컴퓨터과학, 나노테크놀로지, 유전학, 분자생물학 등의 동반 발전을 힘입어 특히 행동신경과학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뇌과학의 원리를 정치, 경제, 인문학, 예술 등과 융합시킨 신경정치학, 신경마케팅, 신경윤리학, 신경미학이란 학문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뇌과학으로 분석하고 교정하려는 시도와 신경연결망(Neuralnetwork)의 이해를 통해 다량의 데이터 정보를 분석처리에 접목시키는 등 우리 일상생활까지 유기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적 병의 임상증상은 인지/행동장애, 정서장애, 운동/감각장애로 나타난다. 이러한 장애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증상들이 왜 나타나는지 신경병리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임상 의사들은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최종목표이기 때문에 기초과학에 해당하는 신경병리기전 등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나는 미국에서 네브라스카대학 정신과 및 Bethesda National Naval Medical Center 신경과 레지던트를 거쳐 정신과 및 신경과 전문의 (Board) 자격을 취득하였다. 오랜 세월 두 전문분야를 공부하면서 나 나름대로의 경험과 논리를 터득한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가 튼튼한 의사만이 훌륭한 임상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병을 알아 맞히고, 약 처방만 한다든지, 수술만 하는 의사는 기술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기반시설을 가지고 있는가에 의해 그 사회의 발전속도가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의 지속적인 진보와 발전에 있어 기초과학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나는 우리나라 의료 전문의 교육 및 전문의 시험에서도 기초과학 할당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간혹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 뇌과학의 핵심 기초 이론을 비교적 쉽고 명료하게 설명되어있어 신경기전 이해를 원하는 신경과/정신과 의사들, 자격시험을 앞둔 의사들,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원하는 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에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수고해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양동원 주임교수를 비롯해 여러 교실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2012. 12. 30
감수자 김 범 생